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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해공 성적장학생 감사편지_염정인(정외 19)

작성자
국민대총동문회
작성일
2023-12-13 07:03
조회
207
「돈과 취향 사이의 팽팽한 줄다리기… 그 어드메에 위치한 내 꿈」염정인(정치외교학과 19학번)

해공 장학생에 지원하며 스스로 되새겼던 말이 있습니다. ‘해공 장학생에 선발되면 다 괜찮아질 거야’라고요. 그리고 장학금 지원은, 제 일상에 분명한 힘을 남겼습니다. 모든 실망스러운 일들에 조금은 의연해질 수 있었습니다. 모호하고 어렵기만 한 세계에서, 어떻게 살아야 할지 고민할 시간을 주셨습니다. 해공 장학금 지원을 위해 애써주신 모든 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감사한 마음 잊지 않고 저 또한 사회의 한 부분에 보탬이 될 수 있는 어른으로 성장하겠습니다.

사실 제게 장학 제도는 불신의 대상이었습니다. 집안 사정이 좋지 않음에도 번번이 국가 장학금 선발에서 탈락하는 것이 납득가지 않았습니다. 소득분위 정정을 위해 많은 서류를 제출해야 했고 한국장학재단과 몇 번의 통화를 거듭했습니다. 1학년을 마칠 때쯤 소득분위가 정정되었지만, 당시의 경험은 짙게 남아있습니다. 제게 장학 제도는 사회적 안전망이라기보단 불신의 제도였습니다. 그렇게 2학년을 무사히 버텼지만 3학년이 되자, 다시 불안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소득분위 산정에 문제가 생겼으며, 그 때문에 국가장학금과 면학장학금의 혜택을 받지 못해 등록금은 부담으로 다가왔습니다. 그러던 중에 해공 장학생에 선발되었다는 소식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정말 큰 도움이 되었고 감사한 마음으로 학교를 다니고 있습니다.

경제적 문제에서 한 발자국 떨어져 생활할 수 있다는 것은 정말 큰 행운입니다. 저는 경제적 불안을 느껴오면서, 돈에 묶여 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단지 ‘돈을 많이 벌어야겠다.’라고 생각한 것은 아닙니다. 돈 때문에 모든 일을 하진 말자, 돈 때문에 내 취향을 버리진 말자고 생각했습니다. 영화 <소공녀>에서 주인공 ‘미소’는 “집은 없어도 취향은 있어.”라고 말합니다. 어쩌면 철없어 보이기도 하는 ‘미소’의 말은 많은 의미를 내포합니다. 경제 논리가 사람의 고유성을 앞지르는 사회 ‘상식’을 건드립니다.

스물하나를 넘겼고 3학년이 됐습니다. 직접 보진 못했지만, 아래로 후배 학번이 둘이나 됩니다. 이제는 누가 뭐래도 ‘고학번’으로 접어들었습니다. 이 시점은 많은 생각을 하게 합니다. 특히 진로가 뚜렷하지 않은, 저 같은 사람에게는 더욱 그러합니다. 조급해지기도 했고 불안 속에서 이성을 찾고자 괜히 심호흡을 내뱉기도 합니다. 그러면서도 제 불안을 주변에 전파하고 싶지 않아, 투박한 위로를 하기도 했습니다. ‘불안해하지 마’라고 친구들에게 건넸던 말들은 사실 제게 돌아오고 있었습니다. 이런 시기에 장학금을 통해 조금의 여유가 생긴 것은 정말 감사한 일입니다. 여유 없는 마음으로 닥친 것들에 급급했다면 훗날 후회했을 겁니다. 장학금을 통한 조금의 여유로 저는 ‘미소’처럼 취향을 찾아 나가는 사람이 되고자 합니다. 특히 정치외교학과 학도인 제게 취향은 사회적인 것이기도 합니다. 어떤 사회가 맞는지, 어떤 사람들이 소외되고 있는지를 살펴보고 고민해보고자 합니다. 제게 삶과 사회와 사람에 관한 더 넓은 시야를 제공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훗날 저 또한 동문 후배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어른으로 성장하겠습니다.